할인 분양, 시공사 잘못일까?

내가 할인 분양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 기사는 다음의 기사이다. [밀착카메라] "이삿짐 막아!" 실랑이에 난장판…새 아파트서 무슨 일이

시공사는 커지는 이자 부담으로 인해 미분양아파트 할인분양을 시행했고, 이에 기존에 입주한 사람들이 반발하게 된 상황이다. 기존 입주민은 수천만원 가량 할인된 가격에 반발하며 할인분양으로 입주한 주민들이 이사오지 못하도록 막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할인분양으로 인한 입주민 간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바로 다음과 같은 관점들이다.

시공사는 왜 할인분양을 해야 할까?

전국 주택 미분양 현황 정보

해당 지표는 주택보급과 관련된 정책을 수립할 때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2022년 전국 주택 미분양 현황은 68,107호로, 2023년에 62,489호로 약 5,600호 가량 감소했다. 그러나 준공후 미분양 주택은 2022년 7,518호에서 2023년 10,857호로 약 2,500호 가량 증가했다.

준공후 미분양이란? 사용검사 후에도 분양되지 않은 주택을 말한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기도 한다. 출처

사용검사 (사용승인)란? 허가권자가 건축물의 공사가 허가받거나 신고한 내용대로 시공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한 후 건축물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출처

전국 주택 미분양 현황 정보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면

건설사는 PF (부동산 개발 관련 대규모 대출)를 받아 공사를 시작하고, 분양받은 사람들은 잔금 납부와 함께 입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건설사는 수분양자에게 받은 돈으로 PF 를 갚고 하청업체에 줄 돈을 정산하는데, 준공 후 미분양이 많으면 이런 과정이 어려워진다. 주택을 다 짓고도 팔지 못하면 은행에 돈을 상환하기 힘들어지고, 막대한 이자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중소건설사의 경우에는 버티기 힘들 수 있다.

건설업체는 아파트를 일반인에게 분양하고 돈을 받는다.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한 만큼 건설업체가 가진 돈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계약자가 아파트를 짓는 데 필요한 자금의 일부를 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미분양이 발생하면 계약자가 자금을 부담할 수 없기 때문에 건설업체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돈이 부족할 경우에는 자금을 은행에서 빌려와야 한다.

그럼에도 선분양은 왜 대세인가

주택 분양 수요가 줄어들어 시공사가 할인분양을 시행하게 되고, 입주민과의 갈등을 빚게 된다. 공사를 선분양으로 진행하지 않으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닐까? 그럼에도 선분양이 부동산 시장에서 대세인 이유를 알아보자.

국내의 경우 통상 공정률 10~20% 수준에서 분양하는 것을 선분양이라 하고, 공정률 80% 이상일 때 분양하는 것은 후분양으로 구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업자가 대지소유권을 확보하고 보증기관으로부터 분양보증을 받은 경우 착공와 동시에 분양할 수 있다. 정부는 신속한 주택공급 효과를 보기 위해 후분양보다는 선분양을 선호해왔다. 공급자 입장에서도 분양수입을 통해 건설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선분양이 유리하다. 이를 통해 중소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아파트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는 입주 시 한꺼번에 목돈을 내야 하는 부담을 덜고, 정부가 분양값을 규제해준 덕분에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 나아가 주택업체의 신용으로 낮은 이자율 또는 무이자 중도금 대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선분양제의 폐해도 분명 존재한다. 완성된 주택을 보고 구매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부실시공에도 입주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수억 원 대의 선금을 내고 아파트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뒤늦게 하자를 발견했을 때에도 잔금을 내고 입주할 수 밖에 없다.


선분양제도, 한국만의 주택공급 정책이다?
출처

후분양제, 만병통치약 아니다

그럼 후분양제를 의무화하면 안 될까?
그렇지만은 않다. 후분양제가 선분양제보다 무조건 좋은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후분양제의 경우 골조가 세워진 이후에 분양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부실 시공이나 하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마감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하는 후분양으로는 아파트의 품질 수준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하자 문제가 마감공사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건설사가 사업 자금을 미리 조달하여 아파트를 지어야 하기 때문에, 분양가도 선분양에 비해 비싸다. 자금 조달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 건설사들은 주택사업에 나서기 조차 쉽지 않아진다.

이러한 여러 가지 시장의 입장들이 반영되어, 아직도 선분양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돋보기] 선분양이냐, 후분양이냐… 그냥 시장에 맡겨라

입주민의 반발

대구 수성구의 미분양 아파트에서는 분양가보다 수억원 할인 분양을 한 건설사 측과 기존 입주민들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해당 아파트는 PF 대출 만기를 연장하지 못해 공매 절차에 들어가며 5차례에 걸쳐 공매 입찰을 진행했지만, 2가구만 낙찰되는데 그쳤다. 입주자들은 '계약 조건이 변경되면 기존에 체결한 계약도 동일한 조건으로 소급적용한다'는 특약을 근거로 시행사 측에 대금의 일부 반환 또한 요구하고 있다. 2024년 5월 관련 뉴스 기사

전남 광양의 한 아파트 단지는 입주 시기까지 물량이 소진되지 않아 시공사가 할인분양을 하겠다고 홍보했다. 제 값을 지불하고 분양을 받은 기존 입주민들은 할인분양으로 큰 손해를 본 입장이다. 이에 입주민들이 크게 반발하여 할인분양 가구 입주 적발 시 '이사 시 엘리베이터 사용료 500만원, 주차요금 50배 적용' 등의 불이익을 적용하겠다고 의결한 공고문을 붙이기도 했다. 미분양 물량으로 인한 할인분양이 입주민간의 반목과 갈등으로 번진 것이다.
시공사는 2023년 11월 할인분양을 잠정 중단했으나, 2024년 3월 할인분양을 재개했다. 이에 입주민들이 할인분양을 반대하며 이사오려는 차량을 제지하다 마찰이 빚어졌다.


2023년 10월 관련 뉴스 기사
한 누리꾼의 주장, '시행사가 할인분양은 없다고 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악성 미분양은 시행사에게 큰 부담으로 자금 융통을 위해 악성 미분양 주택을 할인 분양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정가에 주택을 구매한 입주민들은 자산 가치 하락에 대한 불만이 클 수 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내 수요 한계를 인정하고 외지의 다른 다주택자들이라도 아파트를 사줄 수 있도록 취득세 완화나 양도소득세 면제 등 대책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할인 분양 나서자···신·구 입주민 ‘일촉즉발’

사업자의 할인분양행위, 위법하지 않다

법원은 원칙적으로 할인분양행위가 위법한 것은 아니라고 하고 있다. 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 2008나2376 판결의 사례를 살펴보자.

A사는 아파트 건축사업의 시행주체로서 아파트를 분양하다가 입주일이 지나서도 미분양이 남게 되자 최초 분양대금보다 10% 할인된 금액에 미분양세대를 분양하였다.
이에 분양계약에 따라 분양대금을 모두 지급한 기존 수분양자들은 A사의 할인분양에 이의를 제기하여 A사가 주택법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위반하여 승인권자의 승인없이 당초의 분양가보다 할인한 금액으로 분양을 하였고 이로 인하여 아파트의 시가가 할인된 분양대금을 기준으로 형성됨으로써 할인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으니 그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A사는 할인분양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질까?

일반적으로 아파트의 건축이나 분양과정은 시간을 두고 진행되어, 여러 사정에 따라 분양가격과 시가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주택 분양자로서는 이에 대응하여 사업 수익을 확보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편으로 분양가격을 사후에 변경할 현실적 필요성이 인정된다. 아파트의 미분양에 따라 시공자 및 금융기관과 협의하여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일부 손해를 감수하며 할인분양을 하게 되기 때문에, A사의 할인분양 행위가 주택법 등 관계규정에 위반되는 위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최병호님의 답변 내용을 인용하였다)

A사가 할인분양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더 자세한 이유는 아파트할인분양에 대한 책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분양아파트의 할인분양’ 손해배상청구 가능할까 [김남근의 아파트 법률상담]

이와 같이 시공사의 할인분양은 적법한 행위이고, 그에 비해 입주민들이 할인분양으로 입주한 신규 입주민들을 배척하고 막는 행위는 분명히 잘못된 행동임을 알 수 있다.